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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1 한국에서 위키 문화가 왜 뿌리를 내리지 못할까? (1)
요즘 돈 탭스콧의 위키노믹스 Wikinomics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탭스콧이 최근 펴낸 'Grown Up Digital'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위키노믹스를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탭스콧은 신간에서 넷 세대 Net Generation의 특징 8가지를 들면서 협업 Collaboration을 포함시켰습니다.
<Grown Up Digital 서평 보기>

위키노믹스의 핵심 주제 역시 대규모 협업 Mass Collaboration 입니다. 탭스콧은 이처럼 협업이라는 주제를 줄기차게 파고 있습니다. 협업 예찬론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탭스콧은 대규모 협업에 익숙한 N세대가 세상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더 거세게 세상을 변혁시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는 N 세대를 가르켜 "최초의 글로벌 세대'라고 칭송합니다.

그동안 저는 한국의 위키 문화 정착을 위해 나름대로 고심해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위키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박사 같은 분도 위키가 한국 사람에게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위키문화가 한국과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논거는 대체로, 한국 사람들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사이버 문화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보상은 이를테면 댓글, 별점, 트래백과 같은 반응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보상을 달리 표현하면 인기도와 같은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다음의 아고라와 같은 토론방이 활발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 역시 인기도를 적절하게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판도라TV 초창기 마케팅본부장을 맡았던 황승익이라는 분은 '나대니즘'이 한국 사이버 문화의 핵심이라고 주장을 했었습니다. '나대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 네티즌들의 습성이 UCC 문화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이 개념을 쓴 것입니다.

안철수 박사와 황승익씨의 주장은 일면 한국 사이버 문화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이버 문화때문에 위키 문화가 뿌리를 잘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탭스콧의 N  세대론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 네티즌들도 글로벌 N 세대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협업에 익숙하고, 재미를 추구하고, 이슈가 터지면 스스로 조사하여 진위 여부를 밝혀내고, 어떤 것이든지 자신에게 맞게 커스터마이징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N 세대가 유독 협업문화에는 약할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N세대가 협업 문화에 약한 것은 위키가 잘난 체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의 네티즌 문화에 맞는 인기 측정 수단을 장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협업의 경험이 적기 때문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재미없고 심심한 위키의 방식이 협업 문화를 취약하게 만드는 인과 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관 관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위키 문화를 취약하게 만든 것은 실제 또는 사이버 공간에서 협업을 제대로 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를 협업이라는 근육을 제대로 단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표현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또는 블로고스피어에서 트랙백을 주고 받고, 서로 댓글을 남기며 사이버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협업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여론 형성과정에 가깝습니다.

탭스콧은 대규모 협업에 대해 자체 조직화된 대중이 동등계층 생산 peer production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위키는 협업과 참여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의 은유라고 말합니다. 위키가 협업의 모든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블로고스피어에서는 동등계층 생산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블로그는 누군가를 고발하고, 무엇을 비판하는 의견의 세계를 생성해냅니다. 그러나 창의적인 생산물을 잉태하지는 못합니다.

현재의 블로그문화는 결국 한계에 봉착할 것입니다. 블로그만으로는 협업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따로' 그리고 '같이'해야만 인간으로서 인간다움을 채울 수 있습니다.

블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최고의 수준에서 구현해주는 '따로' 미디어입니다.

이에 비해 위키는 '같이'할 수 있고, '같이'해야만 하는 공동체 미디어입니다. 이런 미디어를 연예 스타 인기도를 매기듯이 인기 시스템을 도입하여 활성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Posted by 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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