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관련 모임에 블로그 에벤젤리스트들을 만나면, "한국에서 블로그 문화가 꽃을 피울 것인가, 아니면 한국의 변형 문화에 가려 시들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벌이곤 한다.

이들은 블로그가 인터넷 문명 시대에 갖는 보편성과 문화적 파괴력에 확신을 지니고 있다.

인류가, 말과 글을 발명한 이래, 구텐베르그의 활자 그리고 라디오, 텔레비전 등을 거쳐 인터넷 블로그에 이르러면서 이전 어떤 시대에도 구현하지 못한 소셜 미디어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블로그의 본질은 "따로, 또 같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속성을 가장 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점이다.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이자 개인 정보 관리 시스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누구나 일기장을 갖듯이 개인 정보기록 장을 사이버 공간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립에 대한 인간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있다.  즉, 블로그를 통해 나의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함께 토론하면서 여론을 모을 수 있다.

나만의 Audience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을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찾아낸 셈이다.

이전, 홈페이지와 블로그와의 결정적 차이점이 바로 소셜 미디어적 속성이다.

이전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나만의 청중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야후 디렉토리 서비스 목록에 상위 리스트에 등록되기 위해 노력했던 90년대를 회고해보면 그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는 인간이 1950년대부터 상상했던 인터넷 세계가 어느 정도 구현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개인 미디어의 최종 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포스팅 에디터, 개별 포스트간 연결과 자유로운 메타정보 이동과 연결 등 해결해야할 숙제들을 많이 안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영미권과 일본어권, 중국어권에서 블로그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정보의 소비와 생산 플랫폼이 거대 포털이나 폐쇄형 커뮤니티에서 블로그로 해체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블로그가 개인의 아이덴티를 추구하면서 서로 사회적으로 연결되려는 인간의 속성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블로그 문화가 꽃을 피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토론하는 것은 어리석운 토론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한국의 블로그 문화가 초창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가는 현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현상들이 여러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우선, 구글 애드센스 문화를 악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스팸 블로거들이 블로고스피어를 더럽히고 있다.

둘째, 블로그 문화의 본질인 읽고 쓰기 문화가 정착되는데 교육적인, 문화적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영미권에서 표절은 퇴학조치에 해당될 정도로 남의 정보를 인용하는데는 절차와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리서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문화가 어릴적부터 강조된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과 문화는 결론부터 말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고, 논술도 외워서 해치우는 나라에서 글쓰기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렵다.

셋째, 문화적 다양성, 지적 다양성이 부족한 점을 들 수 있다. 블로깅의 본질은 개인 작업에 있고, 그 작업을 바탕으로 나만의 롱테일 독자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특정 주제, 인기 주제 등 시류를 쫓지 않고 자신만의 지적 세계, 관심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 블로그 스타에 대한 열망을 지닌 블로거들이 백화점식 지식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한 배우가 "나는 한 놈만 조진다"라면서 다수의 적들을 제압하지 않았는가?

블로그 세계에서는 자신만의 관심, 지식 세계를 구축하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롱테일 독자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한글로 블로깅하는 최대의 단점이 바로, 한국어 권 밖에 있는 블로거들와 연결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블로그 에벤젤리스트중 한국의 블로그 문화의 장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도, 위와 같은 한국의 특이성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을 블로그에 희망을 걸어보자. 블로그가 인간의 본성과 이상에 가깝기 때문에...




Posted by 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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