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사는 것이 늘 이렇다. 일상사에 쫓기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못하고 뭣 하나 제대로 오랫동안 해내기 어렵다. 블로그에 하루게 2~3개 포스트를 올리는 블로거들의 열정에 늘 놀란다. 사실 하루에 1개 글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각설하고, 한강 이야기로 돌아가자.

오늘은 한강대교 북단 용산쪽을 탐험했다. 탐험이라기 보다 발을 살짝 디뎠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반포대교의 잠수교를 건너서 동작~용산까지 고수부지를 따라 걸었다. 평소에는 한강대교 인도교를 선택하는데, 오늘은 한강대교에서 용산으로 올라갔다.

이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한강대교 인도교 공사때문이다. 최근에 한강대교 인도교 공사가 시작되면서 노들섬에서 한강대교 남단까지 인도교를 막아놓고 있다. 북단에서 보면 왼쪽 인도교다. 따라서, 걸어서 한강대교를 건너려면 북단에서 노들섬까지 갔다가 노들섬에서 한강 고수부지쪽으로 다시 내려가서 노들섬 반대편 계단을 타고 인도교 반대편 쪽으로 올라와야 한다.

좀 복잡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 오늘은 용산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노량진 역으로 가려고 시도한 것이다.

발상은 잔머리 굴리기에서 나왔는데, 막상 용산쪽으로 올라가니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축구에서 운동장을 넓게 쓰는 팀이 잘 하는 팀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걸어서 다니다 보니 서울에서 활동 폭을 점점 넓혀가는 느낌이다.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용산을 지나칠 때와 걸어서 용산을 지나칠 때 느낌이 전혀 다르다. 걸어서 용산을 보니 건물 등 거리 모습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소득은 한강대교 북쪽 용산을 재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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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잠원동을 기점으로 한강 동쪽 코스를 택했다.

출근길이 서쪽 코스이다 보니 반포에서 성산대교까지 길은 이제 눈에 익숙하다.

휴일을 맞아 동쪽길로 방향을 잡았다. 최근 반포대교 공사가 시작되면서 잠원~반포지구 걷기 코스가 망가진 것도 방향 선회의 원인이었다.

잠원에서 시작해 한남대교를 지나 동호대교까지 걸었다.

휴일이라 좀 여유를 가졌다. 그래서 주머니에 든 캠코더를 만지작거리며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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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 위클리 비즈 4월 12일자를 보니, 일본 문화 콘텐츠의 힘도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분석이었다. 즉, 일본의 전통이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만물신 사상에 뿌리를 두다 보니, 찐빵을 갖고도 찐빵맨을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수긍이 간다. 어릴 때 허영만의 '각시탈'을 보며 자란 탓인지 일본, 일제하면 기겁을 했다.

까닭없이 일본문화에 대한 심한 거부감이 청년기까지 지속됐다. 노래방에서 일본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 적개심을 품곤했다.

일본 문화에 조금 마음을 연 것은 우습게도 일본 만화영화를 보면서부터다. 물론, 딸 아이가 일본 만화를 볼 때 어깨 너머로 보면서 부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만화영화를 보면서 일본 대중문화가 간단치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물신이라는 단어에 공감한 것도 하야오감독의 만화를 봤기때문이리라. 센과 치이로 이야기에서 만물신을 스토리텔링한다.

각설하면, 우리나라에도 이야기거리가 참 많다. 그런데 대중의 눈과 귀를 잡을 만한 스토리텔링의 힘은 허약하다.

한강만 해도 그렇다. 한국의 역사와 같다고 할 정도로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런데, 한강에 관한 스토리가 별로 없다.(물론 지식이 짧아 이런 판단을 하는지도 모른다)

스토리가 없다고 한탄만 할 수 없다.

스토리텔링을 신화나 판타지중심으로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작은 이야기거리라도 진실하고, 의미를 지니면 된다.

한국인이 왜 스토리텔링에 약하게 됐을까? 이 문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탐구해봐야겠다.

다시, 한강으로 돌아오면 한강의 다양한 요소를 비주얼로 스토리텔링하면 많은 사람들이 한강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또 한강이 한국인의 뿌리라는 점을 알게 되면 외국인에게도 한강의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강의 동쪽 코스 이곳 저곳을 찍어댔다. 물론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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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풀밭 색깔이 심상치 않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누런 빛이 대세였는데, 이제 초록판이다.

아침마다 걸으면서 머리속 CPU의 90%는 회사일로 돌아간다.

매출을 어떻게 올리지?

아, 괜찮은 사람 좀 없나?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나의 리더십은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구나!

참아야 하는데, 왜 못 참았지.

좀 빨리 할 수 없을까?

왜 내 마음같이 않을까?

3년차 초짜 CEO라서 별 수 없는 모양이다.

잠을 청할 때도 CPU가 돌아가고, 그래서 잠을 설친다.

그래서 새벽 걷기에 나섰는데도 CPU는 여전히 복잡한 속셈에 돌아간다.

그래도 걸으면서 좀 풀린다.

생각이 풀리고, 마음이 풀리고, 근육이 풀린다.

근육이 풀리기때문에 마음이 풀리고 생각이 풀리는 것이리라.

사람이라는 것이 참 우스운게,

남의 일에는 냉정하게 대할 수 있다.

그런데,정작 자기 일에는 냉정해지지 않는다.

한때 주변에 대한 배신감에 몸부림쳤던 형에게 나는 이렇게 조언했다.

"형,그게 다 형 기준이야. 본래 그런 거야. 형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혼자서 속 상하는 거지."

그 깨달음이, 그 쿨Cool함이 내게는 적용이 안된다.

"리더십의 핵심은 굴복시키든지, 제거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야."

"제거하고 싶으면 단 한번의 동작으로 날려야 해. 사전 경고를 하는 놈이 제일 바보야."

다른 사람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단 칼에 핵심을 짚어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나는 현실에서 우유부단하고, 속 감정을 쓸데없이 드러낸다. 상대방이 눈치 채고 대항할 시간과 명분을 주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한강대교다.

반갑다. 친구같다. 늘 거기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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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료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황금술사'라는 책이 집안에서 굴러다닐 때, 내키지 않았다. 사람의 감성을 소프트하게 터치하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웬지 싫었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그는 대기업 임원을 하다 프랑스 남부에서 스페인 북부에 이르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래서 '순례자'를 쓰고 소설가가 됐다고 한다. 코엘료가 젊었을 때는 체 게바라에 감복했었다.

걸으면서 코엘료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궁금했다.

이제 걷는데 제법 요령이 붙었다.

가슴을 펴고, 허리를 곧추 세워 걸어야 기운을 얻을 수 있다. 가끔 팔을 공중으로 밀어 올리면 기분이 좋다.

서울의 새벽 공기는 그리 상큼하지 않다.

걷는 것이 달리기보다 좋은 것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점이다.

눈을 반쯤 감고 걷는 것이 더욱 좋다.

새벽 길만 대략 잡아도 걸으면서 생각에 잠길 수 있다.


다 버리고 싶어도 다 버리지 못한다.

생각의 꼭지점은 늘 세속이다.

일상에 머무르고 만다.

화해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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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걸어서 출근하기에 도전했습니다. 1주일동안 세번 실천했습니다.

첫 째 날은 반포지구에서 시작해 여의도 63빌딩 앞까지 걸었습니다. 63빌딩앞에서 버스를 타고 대방역에 내려 다시 가산디지털 단지에 도착했습니다.

둘째 날은 한강대교까지 걸어, 노량진방향으로 빠져나와 노량진 역에서 1호선을 타고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셋째 날은 동작대교 직전 반포천과 한강 합류 지점까지 걸은 뒤 동작역에서 이수까지 4호선을 이용한 뒤 이수역에서 7호선으로 바꿔 타고 가산 디지털 단지역에 도착했습니다.


돌아보니 회수를 거듭할 수도록 걷는 거리가 짧아졌습니다. 기상 시각과 출근 시각에 따라 목표 거리를 조정한 셈입니다.

걸어서 출근하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실천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몇가지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습니다.

우선, 일상생활속에서 일정한 운동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둘째, 한국 역사의 중심 무대인 한강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셋째, 마음의 구원을 얻기를 바랍니다. 걸으면서 풀고, 걸으면서 놓아버리고, 걸으면서 화해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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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4일.

새벽에 잠을 설쳤다. 무슨 생각이 그리 많아졌는지. 인터넷 창을 열었다. 중독이다.

잠시라도 눈을 부쳐볼까 하다가, 걸어서 출근하기로 마음먹었다. 반포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꽤 먼거리다.

마음속에서 타협의 소리가 들렸다. 무리 하지 말지.

정장을 하고 걸어 수 없어 불편함이 많을 것 같다. 이럴 때 돌파가 최선이다.

구두, 와이셔츠 등을 배낭에 넣고 나섰다. 새벽 공기가 그리 차지 않아 발 걸음이 가볍다.

반포 한강공원에서 시작했다.

자전거 불빛이 반짝인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인가. 네이버의 자출사 카페가 떠오른다.

동작대교로 향했다. 도중에 철봉에 매달려 스트레칭을 가볍게 했다.

동작대교를 넘어서니 날이 밝아온다.


상념이 떨어진다. 변수라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 상수였다.

큰 일 날 것처럼 생각했던 것들은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 듯 싶다.

섭섭해 할 필요도 없고, 미워할 필요가 없다. 알아 달라고 아우성 칠 필요도 없다.

동작대교에서 한강교까지 그리 편한 길이 아니다. 88도로 옆을 지나기도 하고, 도로 밑을 지나야 한다.

한강교를 지나면 경치가 제법 눈에 들어온다. 여의도까지 강을 끼고 걸을 수 있다.

중무장한 러너가 앞에서 달려온다.

그리고 멈추더니 카메가를 꺼내 촬영을 청한다. 새벽에 무슨 기념을 남길라고....

서너장을 인심좋게 찍어줬다. 씩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걷기는 일단 여의도 63빌딩에서 멈췄다. 오전 7시 30분. 출근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대방역에서 전철을 타고 걸어서 출근 첫 실험을 마무리했다.



Posted by 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