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신정일 선생의 '다시 쓰는 택리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전주 향토사학자인 신정일선생은 걸어서 한국의 산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한강을 걷기 시작한 뒤 인터넷 서점에서 신정일선생의 신간이 눈에 번쩍 띄었다. '한강따라 짚어가는 우리 역사'란 책이었다.

이 책은 신정일선생이 한강의 발원지인 태백시 검용소에서 시작해 김포 월곶까지 걸으면서 보고 듣은 한강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강을 매일 걷다 보니 한강 관련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조선시대에 한강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 눈에 어디 출신인지를 알 수 있다는 대목이 흥미를 끌었다.

즉, 목덜미가 새까맣게 탄 사람은 뚝섬 사람이고, 얼굴이 새까맣게 탄 사람은 마포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한강이 동서로 흐르기 때문이었다. 뚝섬 사람들은 신선한 미나리 새벽에 용산 한강 하류쪽으로 팔기 위해 배를 타고 한강에 나서는데, 이 무련에 해가 동쪽에 뜨기 때문에 목덜미가 해빛에 타기 마련이다.

이에 비해 마포 사람들은 새벽에 새우를 잡아서 용산 등 한강 북쪽으로 팔기 위해 배를 동쪽으로 몰기 때문에 얼굴이 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현대판 뚝섬 미나리 장수였다. 아침에 잠원동에서 출발해 노량진쪽으로 매일 걷다 보니, 동쪽 해을 등에 지고 가는 셈이다. 이런 루트때문에 나도 목덜미가 타기 마련이다.


Posted by 펜맨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