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광복절을 맞았습니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 것을 기준으로 하면 63번째 광복절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준으로 삼으면 건국 60년이 됩니다. 1919년 상해임시정부 수립을 기준으로 삼으면 89년째 됩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복잡다단함이 8.15에도 묻어 있습니다.

이승만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에 무게를 두는 쪽은 건국 60년의 의미를 이 시기에 되새기고자 합니다.

이에 비해 이승만정부의 친일성, 반쪽 정부수립에 비판적인 쪽은 건국60년이라는 용어 자체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임시정부 계승을 명문화한 대한민국 헌법을 들어 건국 89년이라며 건국 60년의 의미새김에 반론을 펴고 있습니다.

이처럼 건국 자체에 대해 사회 분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결국 조선의 역사가 일제에 의해 단절됐던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나라 주권을 잃고 외세 지배를 받았고, 외세로부터 벗어난 것도 또 다른 외세에 의해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민족의 근 현대사는 이런 저런 상처투성이가 됐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갈라섰고, 일제 청산이라는 무거운 역사적 짐을 지게됐습니다.

만약, 한민족이 일제를 겪지 않았거나, 우리의 힘으로 독립을 쟁취했다면 현재와 같은 심각한 사회 분열이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세계사적 시각에서 자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표피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핵심 열쇠는 '제국주의'라는 키워드입니다.

인류의 역사시대에서 제국주의를 경험하지 않은 민족중에서 자기 말과 핏줄을 현대까지 유지하고 있는 민족은 한민족이 유일합니다.

이는 한민족이 세계사 무대에서 그만치 독특한 위치를 유지해왔다는 것을 뜻합니다.

한민족은 세계사 무대에서 중간규모의 세력을 유지하면서, 사대와 자주 노선에서 줄타기를 해왔습니다. 또 달리 표현하면 실용과 쇄국노선에서 줄타기를 해왔습니다.

중심세력에 적절히 굴복하고 실리를 챙기는 노선에 따르는 쪽은 실용주의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실용주의는 사대주의의 함정에 빠졌습니다.

한민족의 독립성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쪽은 자주주의를 표방했습니다. 그러다가 쇄국이나 고립주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8.15광복절을 맞아 한쪽에서는 건국60년 행사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백범 김구선생 묘역을 참배하는 등 각기 다른 행사로 의미를 새기는 현재의 모습은 이처럼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세계사적 위치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자주와 사대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한민족의 오랜 뿌리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벌어진 모습을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문제는 자주와 사대사이에서 지도자들이 외부에서 일어나는 거시적 흐름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내부 싸움에 매몰될 때 민중들만 늘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이 그렇고, 병자호란이 그랬습니다. 조선 후기의 혼란 역시 민중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Posted by 펜맨

댓글을 달아 주세요